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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일기. 133일 아기 가와사키 입원.

by 이섬. 2023. 9. 12.

7월은 장마, 그리고 가와사키 입원... 끝.
 
7월엔 장마로 집 안에만 있었는데 억울…
소소하게 다니긴 했지만 ㅠㅠ
4개월 아기랑 장마에 갈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어서
나다니지도 않았는데
롯데백화점에 간 게 잘못인지...(이 담날부터 아픔ㅠㅠ)
어디서 무슨 바이러스가 들어온 건지...ㅠㅠ
 
암튼 금요일부터 열감이 있었고
토요일 오후에 문 연 아동병원을 찾아고 다녀왔는데
여기서 아기가 너무 어려서 여러 가능성이 있어 진단을 못하겠다 지켜보자는 이야기만 듣고 왔다
일요일 아침꺼지 열이 안 떨어졌고 초보엄빠 멘탈 바사삭

처음으로 열나요 어플을 써봤는데…
처음 아기 열이 안 떨어지는 경험을 했고…
게다가 일요일

내가 너무 걱정이 되어서 멘탈이 완전 나가버리자 수수가 그냥 응급실에 가자고
bcg 접종부위가 부어 올라서 심상치 않다고
삐뽀삐뽀119책에서 본 가와사키 같은 걸수도 있겠다고 했다(이게 맞았다니!! 아빠 대단해)


암튼 접종부위 발적 때문에 설마하며 응급실에 갔다.

창원에 소아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하는 곳은 ㅊㅇㄱㅅㄷ뿐이라고(야간엔 이마저 없다) 보았고 가까워서 여기로 갔다.

나중에 입원한 환자끼리 이야기해보니
돌 지난 아기도 주말 응급실에 바로 오라고 한 곳이 여기밖에 없었다더라…

나도 혈관주사가 안 꽂혔을 때 다른 벙원에 전화해봤는데 ㅇㅅㅂㅅㄷ병원은 당시 파업중이라 전화연결이 안 되었고 창원ㅅㅅ병원도 왠지 전화를 안 받았다. ㅎㅁㅇ병원은 4개월 아기면 너무 어려서 해열제 말고는 해줄 게 없다고 했다. 나중에 가와사키에 대해 조사해보고 안 것은 ㅅㅅ병원은 이쪽으로 유명한 의사가 있고, ㅇㅅㅂㅅㄷ병원도 괜찮다고 들었다. 주중이면 이렇게 선택지가 늘어나지만 주말에 응급실로 가야한다면 소아과 의사가 응급실에 있는 ㅊㅇㄱㅅㄷ병원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아니 나는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었다. 이게 지방의료? 아님 소아과?의 현실인가…

암튼 응급실에서 소아과 교수가 보자마자 가와사키 의심 진단 받았고 심장초음파 전문으로 보는 분이 계셔서 월요일 아침에 바로 심장초음파를 보고 면역글로브린 치료를 빨리 할 수 있었다.

글로 쓰니 간단한데… 응급실 들어가서 입원실 올라가기까지 14시간 걸렸다.
4개월 아기는 혈관이 얇아서 안 잡혀서 주사를 못 꽂아서 정맥주사 꽂느라 14시간 응급실에서 있었다.
정맥에 혈관주사 직접 꽂는 건 무슨 약도 먹이고 시술?처럼 꽂아야해서 보호자가 진행 동의하냐고 하는데 진짜 멘탈 다 털림…
난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기 때문에 꽂으면 큰일 나는 건가 싶고ㅜㅜ 병원을 옮겨야 하나, 지인들한테 전화도 해보고 멘붕ㅜㅜ 아기나 노인은 혈관이 얇아서 종종 있는 일이라고는 한다. 근데 이때 응급실 당직 의사가 넘 무섭게 설명하면서 어머니가 결정하시라는데 하 ㅜㅜ 멘탈 바사삭

암튼 정맥에 꽂기 전까지 그 조그만 손발팔다리에 주사를 몇 번이나 찔렀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마음이 찢어진다 정말 ㅠㅠ 이제 갓 백일 넘은 애가 아파서 온몸을 비비 꼬면서 우는데ㅜㅜ 보호자가 같이 팔다리 붙잡고 달래야해서 정말….

마지막에 간호사 네다섯명? 시도가 다 끝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초음파로 보면서 혈관 찾을 땐 정말 될 줄 알았는데 결국 안 됨…

결국 수면제 같은 걸 먹고 중심정맥에다가 직접 큰 주사를 꽂아서 혈관을 잡고 입원했다. 이 과정은 남편이랑 교대해서 난 못 봤는데 애가 약 먹고 심하게 자지러져서 봤음 기절했을거라고 전해들음…
암튼 그렇게 혈관주사 14시간 만에 꽂고  겨우 입원 ㅠㅠ 

월요일에 바로 심장초음파보고
그렇게 아기 133일에 가와사키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면역글로브린 치료ㅜㅜ

가와사키는 후유증이 없기 위해서는 빨리 면역글로브린 치료가 둘어가야 한다는데 빨리 알아서 정말 다행

그날 응급실 빨리 간 것도
bcg 발적과 고열 외엔 증상이 거의 없는 비정형 가와사키였는데 소아과샘이 바로 알아보고 진단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다
가와사키하면 딸기혀 많이 이야기하는데
여름이는 그런 증상은 없었다
나중에 다리에 약간 발진이 있었고 입술하고 손끝발끝이 빨갛게 되는 증상이 추가되었다

요즘은 이런 비정형 가와사키가 많다고 하니 딸기혀가 아니라도 고열에 bcg접종부위가 부어 오르면 무조건 빨리 병원에 가보길 추천한다


근데 우리는 너무 빨리 면역글로브린이 들어간 건지? 너무 어려서 그런건지 맞고도 열이 계속 나서 2차 면역글로브린도 맞음ㅜㅜ

애한테 그냥 링거가 달려 있는 것도
정맥주사 빠지면 안 되어서ㅜㅜ 애가 계속 선을 손으로 잡으려고 해서 관리하기 어려웠는데
면역글로브린은 거기에 무슨 바이탈 뭐 올라가면 울리는 장치까지 달아놔서 이거 맞는 밤엔 거의 잠을 못 잠
그걸 두번이나…ㅠㅠ
맞고 나면 48시간 지켜봐야한다…
이걸 두번 해서 7박 8일이 걸림ㅜㅜ

아기가 어리다면 1인실 반드시 필수인듯ㅜㅜ
우리는 다인실로 들어가서 옮기랴고 햇는데 방이 안 났다ㅜㅜㅜㅜ
다른 애기들은 통잠 잘 나이인데
우리 아기가 새벽에 울어서 다른 애가 깨기도 하고
다른 애들은 낮잠을 안 잘 나이니까 떠들기도 하고 주사 맞아야 해서 울기도 하고ㅋㅋㅋㅋ
그러면 안 그래도 아픈 애
겨우 낮잠들었는데 깨기도 하고ㅋㅋㅋ 엉망이다
꼬옥 1인실로…!!

우리는 아기가 너무 어려서
아직 모유 먹을 때라 이것도 난감했다
아프니 모유도 잘 안 먹고 아스피린을 타 먹여야 해서 분유와 유축수유까지 병행하면서 병간호를 했다
수수는 퇴근 후에 젖병 씻어서 소독해서 다시 갖다주고ㅜㅜ
둘 다 너무 놀라고 걱정되고 제발 낫기만 바라는 마음으로 이땐 힘든 줄 몰랐는데
퇴원하고 나니 체력이 훅 떨어짐 ㅜㅜ
그리고 모유양도 급속도로 줄었음…ㅜㅜ
 
그렇게 퇴원하니 7월 30일이 되었다.
삭제된 7월이었다.
삭제하고 싶은 건 가와사키…

랜덤하게 걸린다는
원인도 모른다는 이 망할 가와사키ㅜㅜ
같이 입원했던 애기는 쌍둥이 중에 한명만 걸렸다니
정말 랜덤한 병인듯
부모가 뭘 잘못했나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ㅜㅜ

4개월 아기는 가와사키병에 관한 기록도 찾기가 힘들어서 갑갑했던 걸 생각하면 진료 쭉 받으면서 기록을 남겨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비슷한 상황이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아는 선에서 대답해드릴게요.

우울했던 7월.
그리고 병원이 아닌 집에서 하는 육아가 얼마나 감사한 것이었는지 깨달은.
힘이 넘쳐서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움직이고 파닥거리는 게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건강하기만 하면 됐다”를 깊이깊이 깨달은 7월이었다.
 

( + 이 후 여름이는 일주일 후, 두 달 후에 병원에 갔고
두 달 동안 아스피린 복용. 두 달 뒤 심장초음파 결과는 후유증 없음, 혈관 늘어남 없음. 이제 1년 뒤 추적 관찰만 하기로 함. 아스피린 먹는 동안도 몸 사리며 지냈는데 너무 다행이고 감사한 일. 제발 아프지만 말자🙏)